꽃망울회관련기사- [예문延通칼럼]민족사회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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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연변통신 - 2002년 11월 10일
http://yanbian.yemoon.net
재중동포 사회의 민족교육이 위기를 맞고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월 25일자 연변일보가 보도한 "교육통계자료"의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그 양상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연변자치주의 조선족 소학교는 1990년의 228개에서 2000년에는 92개로 59.6%가 줄어들었고, 학생수는 8만 762명에서 4만 3277명으로 줄어들어 감소폭이 46.4%나 된다. 대신에 한족학교에 입학하는 조선족학생의 비율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와 학생의 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조선족 중소학교의 교원자질이 하락하고, 많은 경우 교육의 질 또한 한족학교에 비해 열악하다고 한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부모들이 앞다투어 객지에 돈벌러 가는 바람에,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무친 혹은 편친의 왜곡된 가정환경에서 자람으로써 교육환경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연변의 도시지역 중소학교 가운데 편친, 무친 가정 학생의 비율이 30%를 넘어섰고, 왕청5중 같은 경우는 80%의 학생 부모가 돈벌이하러 출국했다고 한다.
혹자는 현재 중국이 경쟁 위주의 시장경제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소수민족의 민족교육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체적인 국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에 편승해 슬며시 고개를 드는 민족교육 무용론이다. 주로 언어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민족교육이 시장경제의 중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실용적인 자세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동포사회에서 민족교육이 수행해온 역할과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으로 처음 이주했을 때부터 마을을 세우면 늘 서당부터 먼저 짓는 전통이 있었던 우리 민족이다.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은 학교에 보내고, 논과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의 학비를 마련했던 우리 어버이들이다. 민족사회의 구심점이 된 학교는 지식을 갖춘 일꾼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얼을 지키고 민족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산실이었다. 온갖 악조건과 역사적 시련에도 민족교육의 이러한 본래적인 기능은 퇴색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민족사회가 아직까지 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쨌건 지금은 동포사회의 민족교육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민족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제도와 환경을 보완하여 현실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직접 사람을 구하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 가운데서 교육환경과 질의 개선이라든가 학생유실의 방지와 같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대처는 아무래도 동포사회의 지도적인 인사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치주정부는 외화벌이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외화벌이의 이면에서 피폐해져 가는 민족교육의 현실을 중시하여, 위기 극복의 실효성 있는 방안을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
제도를 고치고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많은 물질적 투자와 함께 오랜 시간을 요한다. 하지만 어려운 처지의 학생을 돕는 일은 시급하며, 누구나 당장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포사회의 인재를 기르는 일에서는 한국사회도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정부든 기업이든 한국사회는 동포사회에 대한 교육 및 학술 지원에서 인색했던 편이다. 가령 학술 지원만 하더라도 민족 집거구인 연변보다는 수도 북경에, 동포사회에 대해서보다는 주류 민족의 학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치우쳤다. 이제는 그런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보다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포사회의 유능한 인재에 대한 장학지원 같은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크게 늘려야 한다. 한국이 문화산업의 진출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한류문화의 보급에 주력하면서도 정작 동포사회의 민족교육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재중동포 사회는 그동안 보상을 바란다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런 자애(自愛)와 자부(自負)의 심정으로 민족교육을 고수하고 민족문화를 보존해왔다. 현재의 민족교육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서도 동포사회는 소극적으로 남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발벗고 나서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민족사회의 미래는 민족교육과 인재양성에 달려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런 자구노력의 실례가 바로 최근 북경에서 발족된 '북경조선족대학생 장학후원회', '중덕장학회'와 같은 단체들이다. 이 단체들은 민족사회의 미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재중교포사회의 기업인들과 한국의 일부 기업인, 종교인들이 힘을 모은 것으로, 장래의 민족사회를 이끌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민족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한 장학모임의 사연은 더욱 감동적이다. 이 모임은 민족의 내일인 오늘의 어린 꽃망울들을 한 송이라도 더 활짝 핀 향기로운 꽃으로 키우자는 소망에서 '꽃망울회'(정식 명칭은 '꽃망울-조선족조학기금회' http://www.kcw21.com)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이 모임이 감동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의지가지 없이 자라나는, 그야말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어린 동포학생들을 찾아서 소중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과, 이 모임의 운영자들 자신이 대부분 일본과 한국에서 주경야독하는 어려운 처지의 조선족 유학생들이란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임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과 조선족동포 유학생과 직장인, 학부모들, 심지어 한국의 유치원에 다니는 고사리손들까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회원구성에서 우리는 벌써 민족화합의 가슴벅찬 내일도 내다볼 수 있다.
모임이 만들어진 지 이제 겨우 일년, 아직은 작은 발걸음이지만, 무엇보다 꿈이 필요한 동포사회의 어린 학생들과 꿈의 소중함을 알고서 꿈과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꽃망울회 회원들의 이 아름다운 만남말고 또 어디에서 민족사회의 꿈이 이루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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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회 화팅^^
길이길이 이어가리 꽃망울회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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